오늘은 우주정거장에서 잠을 자는 방법인 공중보양 수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우주비행사는 우주에서 매일 90분마다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를 맞이합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지구를 시속 28,000km로 돌며 하루에 약 16번 일출과 일몰을 경험하죠. 이렇게 극단적으로 바뀌는 주야 사이클 속에서도 인간은 반드시 잠을 자야 합니다. 하지만 중력이 사실상 없는 환경에서 자는 일은 지구에서의 ‘침대에서 눕는 수면’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공중부양 수면'이라고 불리는 우주정거장의 독특한 잠자기 방식을 중심으로, 그 환경, 장비, 생리·심리적 영향, 그리고 미래 연구까지 다각도로 살펴보려 합니다.

우주정거장 수면 환경의 특수성
우주정거장 수면 환경은 지구의 침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합니다. 우선 우주정거장 수면 공간에는 상하 개념이 없습니다. 무중력(정확히는 미세중력) 때문에 몸이 바닥이나 침대에 눌리지 않으니, 베개도 매트리스도 필요하지 않죠. ISS 승무원들은 각자 ‘크루 쿼터(crew quarter)’라 불리는 개인 수면 모듈에 들어가 잡니다. 크루 쿼터는 전화 박스만 한 크기의 폐쇄형 캡슐로, 소음 차단과 사생활 보호, 조명 및 공조 제어 기능이 갖춰져 있습니다.
이 작은 공간이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우주정거장 수면을 방해하는 각종 장비 소음을 줄여야 합니다. ISS 내부에는 공기 재생 시스템, 팬, 전력 전환 장치 등이 24시간 돌아가는데, 이 기계음은 평균 55~60데시벨에 달합니다. 둘째, 승무원이 자는 동안 몸이 떠다니면 전기 케이블이나 패널에 부딪힐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간 캡슐 안에서 수면용 침낭을 고정하면 몸이 안전하게 ‘정지’ 상태로 머무를 수 있습니다.
빛 역시 우주정거장 수면 경험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ISS는 하루 16번 해가 뜨고 지므로, 자연광이 수면 리듬을 망가뜨립니다. 그래서 승무원들은 캡슐 내부의 조명을 오전·오후·저녁 모드로 나눠 인공적으로 ‘가상의 하루’를 만듭니다. 특히 청색광(블루라이트)을 줄여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체액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상체로 몰려, 얼굴이 붓고 코가 막히는 느낌이 드는 ‘우주 코막힘(space stuffy nose)’ 현상도 발생합니다. 이는 호흡기 불편과 코골이로 이어져 우주정거장 수면 질을 떨어뜨립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일부 승무원은 가벼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거나, 수면 중 자세를 바꿀 때 목을 살짝 굽혀 기도를 확보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온도 조절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땀으로 젖은 피부 표면의 수분이 중력 보조 없이 증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ISS 내부는 평균 22~24℃로 유지되고, 상대 습도는 약 60%로 조절됩니다. 이렇게 환경·조명·소음·체액 분포라는 네 가지 요인이 맞물려 우주정거장 수면은 지구에서의 잠과 전혀 다른 과제가 됩니다.
공중부양 수면 장비와 기술
공중부양 수면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장비는 ‘우주용 수면 침낭(space sleeping bag)’과 이를 고정할 하네스, 그리고 크루 쿼터 내부 설비입니다. 공중부양 수면 침낭은 일반 백패킹 침낭과 비슷해 보이지만, 내부에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얇은 전열 패드와 통기성을 높이는 메쉬 층이 들어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몸이 떠 있으면서도 과열이나 저체온을 막을 수 있습니다.
침낭은 보통 벽에 세로로 매달거나 바닥 면에 벨크로 스트랩으로 고정합니다. 몸이 물체에 살짝 닿아 있는 것이 안정감을 주기 때문인데, 이를 ‘촉각 기준점(tactile anchoring)’이라고 합니다. 일부 우주비행사는 머리나 발 부분을 살짝 고정해 심리적 안도감을 얻습니다. 반면 완전 자유부유 상태를 선호하는 승무원도 있는데, 이 경우엔 팔이 위로 떠올라 어깨가 뻐근해지지 않도록 가벼운 팔끈을 사용해 몸통에 붙여 둡니다.
조명 기술도 공중부양 수면 품질에 직결됩니다. ISS에서는 2016년 이후 ‘분광 가변형 LED 시스템(Solid-State Lighting Assembly, SSLA)’을 도입해, 수면 전에는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지 않는 2200K의 따뜻한 색 온도를, 기상 전에 맞춰 점차 6500K 백색광으로 전환합니다. 이 빛 조절은 지구상의 ‘라이트 테라피’와 유사하게, 수면·각성 호르몬 리듬을 보정합니다.
소음 차단을 위해 수면 캡슐 내부에는 흡음 패널과 헤드셋이 비치돼 있습니다. 또한 낮 동안 착용했던 유니폼이 떠다니지 않도록, 캡슐 벽면에 매달아 두는 메시 포켓이 있는데, 이것 역시 공중부양 수면 시 불필요한 충돌을 막아 줍니다.
최근에는 VR(가상현실) 명상 프로그램을 활용한 수면 유도 실험도 진행 중입니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착용하면, 승무원은 별빛이 흐르는 가상의 밤하늘이나 지구의 일출을 시청하면서 심박수를 낮추고, 뇌파를 서파(slow wave) 단계로 부드럽게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향후 화성 여행처럼 수개월간 이어질 장거리 비행에서 공중부양 수면의 질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공중부양 수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공중부양 수면 환경은 인체 생리·심리에 복합적인 변화를 일으킵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척추 간격이 늘어나 키가 최대 5cm까지 일시적으로 커집니다. 이 때문에 몇몇 승무원은 공중부양 수면 중 요통이나 목 통증을 호소하지만, 침낭 내에서 곡선형 스트랩을 이용해 허리를 지지하면 증상이 완화됩니다.
또한 무중력은 수면 중 자율신경 균형에 영향을 줍니다. 지구에서 우리는 REM(빠른 안구 움직임) 수면 때 꿈을 꾸며, 근육이 일시적으로 이완되지만 중력 덕분에 침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그러나 공중부양 수면 중 REM 단계에서는 몸 전체가 가볍게 경련하거나, 팔다리가 자신도 모르게 휘저어져 침낭 벽을 때립니다. 이 때문에 REM 수면 시간이 지구보다 10~15% 짧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심혈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납니다. 무중력 환경에서 혈액이 상체에 몰리면 심장은 상대적으로 적은 힘으로 혈액을 순환시키게 되고, 수면 시 심박수는 평균 5~7bpm 낮아집니다. 이는 공중부양 수면 전후로 측정되는 HRV(심박변이도)에서도 확인됩니다. 심박수는 느려지지만 HRV 지표 중 고주파 성분이 증가해 부교감 신경 활동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죠. 연구진은 이를 ‘우주 적응형 수면 패턴(space-adaptive sleep pattern)’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심리적 측면에서 고립감·폐소공포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으나, 앞서 말한 LED 조명·음악·VR 명상 기법이 불안을 완화합니다. 팀원들과의 사회적 소통이 어렵지 않도록, 수면 전 비동기 메시지나 간단한 영상통화를 통해 감정 교류를 장려하는 프로토콜도 존재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공중부양 수면 부족이 면역 기능 저하, 기분 장애, 의사결정 오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NASA 연구에서는 ISS 체류 중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로 떨어질 경우, 작업 효율이 20% 감소하고 실수율이 30% 증가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임무 일정은 낮 10시간 작업, 88.5시간 취침, 5.56시간 개인·운동·식사·연구 시간으로 조직됩니다.
우주 수면 연구의 현재와 미래 전망
우주 수면 연구는 인간이 달과 화성, 그 너머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과제입니다. 향후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화성 여행 동안 안정적인 우주 수면 연구 결과가 없다면, 승무원의 인지 기능 저하와 면역력 약화로 미션이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현재 NASA, ESA, JAXA, SpaceX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Space Sleep Study 2030’ 프로젝트는 지구상의 장기 침대휴식(Bed Rest) 실험과 ISS 실험 데이터를 통합해, 우주 수면 연구의 표준 프로토콜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멜라토닌 방출 조절, 맞춤형 LED 리듬, 가상현실·청각·후각을 결합한 멀티센서 수면 유도, 그리고 저강도 인공중력(회전식 캡슐) 기술이 핵심 과제로 선정됐습니다.
또 다른 진전은 약리학적 접근입니다. 기존 수면제는 REM 억제, 반감기 문제로 우주 임무에는 적합하지 않기에, 뇌 내 가바(GABA) 수용체보다 orexin 수용체를 차단해 졸림을 유도하는 2세대 약물이 임상 시험 중입니다. 이는 지구에서도 시차 적응이나 교대근무자 수면장애 치료에 응용될 전망입니다.
궁극적으로 ‘인간 동면(Human Torpor)’ 개념도 우주 수면 연구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체온과 대사율을 낮춰 장거리 비행 동안 승무원을 반혼수 상태로 유지하면, 방사선 피폭과 식·수·산소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유럽우주국은 2040년대 화성 유인 미션에 동면 캡슐 시범 적용을 목표로 연구 중입니다.
지금까지의 우주 수면 연구는 ISS·러시아 미르(Mir)·중국 톈궁(Tiangong)의 경험을 통해 축적되어 왔으며, 다가올 달 게이트웨이(Lunar Gateway)와 화성 선행 기지에서도 지속·확장될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는 단순히 우주비행사를 넘어, 지구상의 불면증, 교대근무, 장거리 항공승무원 건강 관리에도 기여하는 윈윈 효과를 창출합니다.
우주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떠 있는 몸을 잠재우는 것 이상의 문제입니다. 환경 제어, 생리·심리 변화 대응, 장비·기술 혁신이 모두 합쳐져야 비로소 건강한 잠이 완성됩니다. 공중부양 수면과 우주정거장 수면 연구가 진전될수록, 우리는 장거리 우주 탐사의 한계를 조금씩 넘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달, 화성, 그리고 더 먼 행성까지 향하는 여정에서 ‘잘 자는 법’을 찾는 일은, 결국 ‘잘 살아남는 법’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